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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트남 축구와 K리그, 그들의 브랜딩에 대하여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기사입력  2018/12/19 [20:00]

 

▲ 출처-Vietnam Football     ©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SPORTIAN=박기병 학생기자]바다건너 베트남의 축구가 우리의 마음을 뛰게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동남아시아권의 월드컵이라 부르는 스즈키컵결승전에서 말레이시아를 종합 3-2로 꺽으며 10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평소 축구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 베트남은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월드컵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동남아권 국가에서 스즈키컵은 월드컵에 버금가는 명예를 가지고 있는 대회다. 2018 AFC 23세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위에 이어 결국 스즈키컵에서까지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이 정도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 열기가 한국까지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돌풍의 중심에 한국에 친숙한 박항서 감독이 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이 정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란 쉬운일이 아닌다. 그런데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와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이야기들이 끊이질 않고 우승을 확정한 스즈키컵 2차전은 토요일 황금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인 SBS를 통해 생중계 되었다.

 

SBS가 최근 울산과 대구의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중계를 제외한다면 무려 4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프로축구를 중계한 실적이 나오는 방송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을 향한 관심이 단순히 축구팬들 사이에서 흘려 넘길만한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K리그 팬들은 SBS에 따가운 눈총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방송사에서 사업적인 부분으로 신중히 생각하였을 때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스즈키컵 결승전 2차전이 수익이 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경기라고 판단했고 K리그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축구국가대표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 출처-Vietnam Football     ©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베트남 축구국가대표는 쯔엉이라는 선수를 통해 한국과 연결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2002년 한일월드컵과 K리그에서 활동하며 익숙한 박항서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포츠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한국인이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많은 이슈가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보다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고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국가와 프로리그에 관심이 쏠리는 성향을 강하게 띄는 한국 축구팬들이 전혀 상반되는 성향인 베트남 축구국가대표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냐는 점이다.

 

베트남과 한국 언론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 포커싱을 맞춰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국가대표를 브랜딩했다. 상주상무를 끝으로 K리그에서 물러나 실업축구를 누비던 노장박항서 감독과 동남아 축구에서 패권을 잃어버린 베트남의 만남을 하나의 이야기로 꾸며냈다. 또한 전술 분석 등 전략적인 부분보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 선수들과의 관계, 박항서 감독을 향한 베트남 국민들의 관심에 초점을 맞춰 한국인들이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여기에 더해 해외축구 팬들이 한국 축구시장에서 느끼던 연결고리의 문제를 극복했다. 외국의 리그, 선수들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팬들은 다양한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002년 반란을 일으켰던 한국 대표팀과 10년 만에 동남아축구의 왕좌를 탈환한 베트남, 아버지 같았던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존재, 한마음으로 열광하고 있는 국민들을 보며 한국 축구팬들은 16년전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베트남에 강한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을 전술적인 부분과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한정시켜 보도했다면 지금 같은 관심은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이미 그 부분에서는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한 경쟁자가 너무나 많기에 경쟁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결국 잘 만들어진 브랜딩으로 성공했다.

 

▲ 출처-Vietnam Football     ©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이들의 성공을 지켜보며
K리그 팬으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K리그는 과연 정말 타 리그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서 인기가 없다는 얘기와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 핑계로 느껴졌다.

 

K리그는 객관적인 축구실력과 접근성, 스타플레이어 등 모든 면에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보다 한 수 위를 웃돌고 있지만 90분 전, 후의 이야기와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컨텐츠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경기가 벌어지기 전에도 90분의 혈투가 오고간 후에도 K리그는 너무 조용하다.

 

구단 사이에 얽히고설킨 역사로 신경전을 벌이는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 스폰서와 함께하는 우스꽝스러운 콜라보레이션,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고별식 등 토해낼 소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K리그는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감독과 선수들도 이런 컨텐츠 제작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한다. 속된 말로 선비 같은 모습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B급이 되기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접근성과 친밀도 등 앞서있는 장점들을 백번 살려야한다.

 

연맹과 구단은 이런 식으로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면서 K리그를 소비하는 집단이 어떤 부분에서 많이 공감하는지 분석하여 괜찮은 브랜드를 자꾸만 만들어야한다. 과거 슈퍼매치처럼 유명한 클래식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제일가는 선수들과 감독의 혈투로 브랜딩 되었다면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진 구단의 사정을 감안해 새롭게 브랜딩해야한다. 또한 사회적인 트렌드에 맞춰 팬들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한마디로 질리거나 심심할 틈이 없어야한다.

 

그래도 몇몇 구단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현대는 인상 깊었던 용병 리차드를 떠나보내며 그를 위한 고별 영상을 준비했다. 단순히 인터뷰만 담긴 것이 아니라 리차드와 구단 그리고 서포터들이 함께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컨텐츠를 만들어 그에 대해 잘 모르던 이들마저도 이별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 울고 웃은 감독을 떠나보내는 수원삼성과 전북현대도 그들을 위한 고별식을 따로 준비하며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해줬다.

 

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원삼성 통산 최다 득점을 기록한 산토스와의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수원 서포터들은 공항까지 찾아가 그를 위한 '가드 오브 아너(guard of honour)' 행사를 열어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수원의 선수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모습을 구단과 연맹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 출처-Vietnam Football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지금 같은 비시즌은 축구팬들이 가장 외로워하는 시기다. 축구밖에 없는 이들에게 리그가 끝난 겨울은 너무나 춥다. 이런 팬들이 심심할 틈이 없도록 자꾸만 컨텐츠를 생산해야한다. 1년 동안 축구만 보러다니느라 여자친구를 못 사귄 충성심 높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2018년은 K리그에서 많은 가능성을 본 한 해였다. 스스로를 내려놓을 줄도 알았으며 새로운 시장과의 협업에도 과감하게 나섰고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베트남 축구국가대표도 해냈듯이 2019년의 K리그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기병 학생기자 rlqud1997@naver.com


기사입력: 2018/12/19 [2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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