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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역 혜택, 꼭 필요하지 않다
 
허인회 기사입력  2018/08/29 [02:15]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기념사진 <출처:대한축구협회>     © [SPORTIAN] 편집국

[SPORTIAN=허인회 학생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한 선수들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저마다 종목에서 피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축구에서 가장 큰 이슈는 손흥민(26, 토트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해 군 면제 여부가 관심사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군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K리그에 입단해 한 시즌을 치른 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를 준비해야 한다. 일부 축구팬들은 국위선양을 이유로 손흥민 특별법을 만들어 손흥민을 징집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책임져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도 유럽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끊김 없이 계속 해외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장점은 동의한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이 꼭 필요한 제도일까. 대한민국은 AG뿐만 아니라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준다. 밑바탕은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강국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1972년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1973년 국회 입법 기능을 했던 비상국무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입법적 정당성을 깨고 일방적으로 병역혜택을 만들어냈다. 그때 만들어진 날치기법안이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마치 군대를 가면 2년을 통째로 날리기 때문에 선수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하며 유망한 선수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이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을 뽑지 않았다고 욕을 먹은 사례도 마찬가지다. 축구 팬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이강인이 하루라도 빨리 군 문제라는 장애물을 해결하기를 바란다. 축구 잘 하는 선수에게 군대는 국방의 의무가 아닌 장애물이 돼 버린 것이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차범근(65) 전 축구 감독에게 군대는 족쇄가 되지 못했다. 차범근은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오고도 분데스리가 첫 시즌에 UEFA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7610월 차범근이 공군에 입대할 당시 공군 측에게 2 8개월이라는 복무 기간에서 6개월 단축을 약속받았다. 공군 측에서 차범근을 데려 오기 위해 한 구두 약속이었다. 차범근은 군 복무기간 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197812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다름슈타트와 계약까지 맺었다. 차범근은 약속한 일자를 채우고 독일로 넘어갔다.
 
차범근이 독일에서 다름슈타트 소속으로 한 경기를 치른 시점이었다. 차범근이 전역 신고를 위해 일시 귀국하자 다시 부대로 불려 들어갔다. 당시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던 차범근이 외국으로 팔려간다고 생각한 국민들의 반발 때문에 부대 무단이탈을 이유로 6개월 특례를 없앤 것이다. 차범근은 독일에서 꿈같았던 12일을 뒤로 한 채 묵묵히 나머지 기간을 채웠다. 독일의 강한 피지컬을 경험한 차범근은 체력 훈련을 하며 신체를 단련시켰다. 그때 단련한 신체는 차범근이 전역 후 몸싸움이 거친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 이동국 선수 인터뷰     © [SPORTIAN] 편집국

K리그 최다골을 계속 경신하고 있는 이동국(39, 전북현대) 역시 군 복무를 통해 더 성숙해졌다. 이동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광주 상무에 입대했다. 입대 전 열심히 뛰지 않는다며 많은 질타를 받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낙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동국은 군대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하며 K리그의 독보적인 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현재 39세의 나이에 K리그1에서 10골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이 지난해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은퇴했을 것이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야구 사례에서는 병역 혜택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야구대표팀 외야수 나지완은 아시안게임이 있기 전 팔꿈치를 다쳐 경기에 나서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군면제의 유혹에 부상을 숨기며 대표팀에 승선했고 대회 기간 내내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나지완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야구 팬 뿐만 아니라 한솥밥을 먹는 대표팀까지 속였다.
 
국위선양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병역 혜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혜택 없이도 한국 축구 역사상 다시없는 훌륭한 선수가 나왔고, 한 공격수는 군대를 다녀온 경험으로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축구 선수는 선수 수명이 짧기 때문에 군대에 가면 큰 지장이 있다는 말은 핑계다. 얼마든지 기량도 쌓고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 또한 악용된 사례도 있다.
 
대부분은 군대에 들어가 자신의 전공과 비슷한 것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다. 축구선수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국가를 대표하는 리그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혜택이다. 물론 상무의 문은 좁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손흥민, 이강인 정도면 상무팀에 충분히 입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의 활약보다 2년간만이라도 국내 리그에 참여해주는 것이 오히려 한국 축구 발전에는 더 큰 이바지가 아닌가. 과연 무엇이 국위선양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인회 학생기자 p1993590@naver.com   


기사입력: 2018/08/29 [02:1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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