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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축구라는 '말' 잔치..이게 다 축구 때문이다
 
[SPORTIAN] 한승백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7/02 [07:31]

▲ <출처> 2018 FIFA World Cup Russia 홈페이지     © [SPORTIAN] 편집국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대한민국이 탈락했다패했던 스웨덴멕시코전 이후 감독과 선수에 대한 비난부터전술전략시스템협회유소년, K리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기적과 같던 독일 전 승리 이후 냉탕에 빠졌던 반응은 극적으로 온탕으로 옮겨갔다조별예선이 벌어진 단 세 경기 동안 우리 사회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침묵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강박증 환자처럼말 보따리를 풀어놔야 직성이 풀렸다이유가 무엇일까

미디어 학자 매클루언은 그게 다 축구’ 때문이라고 얘기한다그에게 있어 미디어란 라디오, TV, 인터넷신문만이 아니다메시지를 만드는 모든 것이 미디어다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로 나뉜다이 기준에 따르면 야구는 핫미디어축구는 쿨미디어축구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스포츠가 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경기의 온도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그렇단 얘기다.  

먼저 핫미디어인 야구를 살펴보자. 4개의 베이스마다 붙어있는 심판은 매 순간 빠지지 않고 판정을 내린다필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엔 스트라이크파울아웃 등으로 이름이 붙는다. 1루에 거의 동시에 도착한 선수와 공 중 누가 빨랐을까. 야구는 관중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경기가 만들어내는 모든 메시지는 빈틈없이 정의돼 전달된다(high-definition)대신 보는 사람이 끼어들 팀이 없다(low-participation).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친절하다 보니 쿨하지 못해 미안한 스포츠가 바로 야구이다

반면 축구는 어떤가축구엔 설명 따윈 필요 없다처음 본 사람도 아군 적군의 식별이 명확하다. 볼이 네트를 때리면 !’이라 외치는 건 본능에 가깝다. 무려 20명의 선수가 방향을 잡고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뒤엉키고부딪치고넘어지지만 축구는 모든 상황을 야구처럼 미주알고주알 정의하지 않는다(low-definition)달랑 한 명인 심판이 모든 걸 결정한다그마저도 친절하지 못해 선수가 걸려 넘어져 나뒹굴어도 흐름만 이어지게 할 뿐, 자세한 설명도 없다

축구에서 만들어지는 메시지는 구멍이 숭숭 뚫린 날것으로 청중에게 전달된다눈에 들어온 그 많은 순간들에 별다른 정의가 내려지지 않을 때보는 사람은 어떨까축구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은 수용자들은 각각의 상황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축구는 이렇듯다 알 것 같은 상황에 아무런 설명이 없는그래서 그 빈 공간을 수용자가 스스로 창조한 무수한 말들로 채워 넣어야 하는 스포츠이다(high-participation)각자의 눈에 들어온 정보를 알아서 재정의해야 한다니 쿨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물론 쿨과 핫의 특성이 영원히 불변하는 건 아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새롭게 선보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s) 판독은 전통적인 축구의 메시지 전달 방식을 벗어나 있다. 축구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쿨하지 못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구에 감놔라 배놔라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댄 이유는 무엇이었나. 빈약한 정보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그래서 그 빈 공간을 보는 사람이 스스로 채워 넣어야 직성이 풀리게 하는 스포츠말 잔치를 주최한 건 다름 아닌 축구이다. 우리가 특별히 유별나서가 아니라 원래 '말 잔치'가 열려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스포츠가 축구이다. 결국 이게 다 축구 때문이다.

한승백 칼럼리스트 yakolars@naver.com



기사입력: 2018/07/02 [07:3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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