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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여러분에게 축구란 무엇인가요?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기사입력  2018/06/28 [20:52]

▲ 사진출처: 대한축구협회   © [SPORTIAN] 박기병 학생기자


 역사적인 순간의 탄생
, 독일을 잡았다.

[SPORTIAN=박기병 학생기자]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은 27일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격파하며 새로운 역사와 함께 막을 내렸다. 결국 16강 진출이라는 염원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4강진출 신화의 2002년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 이상의 강렬함으로 기억될 월드컵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최상의 전력으로 임했던 월드컵도 아니었고 국민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담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짜임새 있게 준비해온 전술이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무너져 월드컵 직전에 새판을 짜야 되는 상황에 놓였었고 대표 선수들 중 일부는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어 경기외적인 부분에서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월드컵의 뚜껑도 열기전에 이미 ‘33라는 치욕스러운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대표팀은 러시아로 떠났고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패배를 경험하며 세계최강인 독일과의 경기를 앞뒀다.

 

독일은 조별예선 탈락의 위기에 서있었기에 한국에게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아주 침착하게 조급해하는 독일을 막아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한국 대표팀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경우의 수와 대표팀에 대한 의심은 사라진 듯 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이뤄야 했던,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원 팀, 원 스피릿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묵묵히 그리고 외롭게 버텨낸 대표팀

사실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여건이었다. 아시아 지역예선부터 시작하여 감독 선임문제 등 월드컵 전에도 많은 소동이 있었고 월드컵이 시작된 후 치러진 스웨덴전과 멕시코전 패배에 올라오는 비난과 조롱들은 제3자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심각했다. 축구에 대한 비판이 아닌 선수들의 가족과 외모에 대한 조롱을 보며 과연 선수들의 멘탈이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축구계를 가까이 하며 국가대표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버텨 저 자리에 올라있는지 어렴풋이 느끼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노력이 무시당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만 떠들어대는 SNS 축구팬들에게 그 노력과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중요할 뿐. 그렇게 선수들은 러시아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마지막 싸움을 외롭게 준비했다.

 

어김없이 선발로 나선 조현우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 무실점을 만들어냈고 문선민과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독일의 골문을 위협했다. 부상으로 교체된 구자철은 그 어떤 선수보다 많이 움직여줬으며 비난과 조롱의 중심이었던 장현수는 정우영과 호흡을 맞추며 기성용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쉼 없이 뛰어다녔다. 윤영선과 김영권은 독일 선수들의 슛팅에 온몸을 던져가며 맞섰고 이용과 홍철은 많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민들의 응원을 발판 삼아 뛰어도 쉽지 않았을 경기를 온갖 비난과 조롱을 등에 업은 채로 버텨냈다. 그리고 역사를 만들어냈다.

 

여러분에게 축구란 무엇인가요?

나는 2013,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슈퍼매치를 통해 축구를 처음 접했다. 당시 경기는 수원삼성이 2-1로 패배했지만 당시 수원삼성의 응원석에서 경기를 관람한 나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왔다. TV속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90분의 드라마가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멋있는 골 장면이 없으면 재미없는 경기로 치부하고 이기지 못한 경기에 대해서는 날선 반응만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주말에 시간을 내서 축구를 보러 다니며 조금씩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승리를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매달리는지, 그리고 90분이 지난 후 TV에는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스코어만 보고 경기를 평가하던 나를 반성하곤 했다.

 

TV로만 보이는 90분간의 모습만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염기훈은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해 8년을 고통 받았다. 자칭 축구팬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그의 실력을 증명해보이기 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염기훈이 8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쌓아온 기록을 인정받기 위해 국가대표로서의 90분은 필수였다. 국가대표란 그런 자리가 되어버렸다. 축구팬들이 그런 자리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지 못한다. 4년 동안 숨어 조용하다가 월드컵만 되면 모든 방송사가 축구채널로 변신하고 모든 국민들이 축구 감독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자신들을 축구팬이라고 지칭한다. K리그를 보는 팬들만 한국 국가대표를 비판하고 응원할 자격이 있는 축구팬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줬으면 한다. 4년에 한번 또는 해외축구, 국가대표 경기만 보면서 단 몇 경기로 마치 오랜 기간 모든 선수들을 봐온 것 마냥 선수들을 평가하지 말아 달라.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꼭 오랜 기간 그들을 지켜보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축구에 가진 견해를 펼치는 것은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이 아닌 비난과 조롱을 일삼는 자들은 그저 방관자를 넘어선 한국축구의 암적인 존재가 될 뿐이다.

 

축구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환희와 좌절이 담겨있고, 누군가에겐 꿈을 펼치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도전의 무대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풋풋한 공간일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원하는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스포츠, 축구는 아주 순수한 도화지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사의 주범으로 꼽혔던 김영권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야기의 반전을 꾀했고 무명으로 머물렀던 조현우는 자신의 도화지 위에 새로운 시작을 써내려갔다우리는 지금 축구라는 도화지에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을까.

 

여러분에게 축구란 무엇입니까

박기병 학생기자 rlqud1997@naver.com



기사입력: 2018/06/28 [20:5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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