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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로에서 다함께 자전거를 타는 상상
도심 속 도로 위를 함께 달리는 Critical Mass 운동
 
[SPORTIAN] 한승백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4/18 [18:09]

[SPORTIAN=한승백 칼럼리스트]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꽉 막힌 도로, 매연을 내 뿜는 자동차의 틈바구니 속에서 창문을 꼭 닫은 채 갇혀 앉은 현대인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어딘지 모르는 유럽 도시에 가면 자동차 대신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데, 도심의 거리는 일찌감치 자동차가 점령해 버렸고, 자전거는 밀리고 밀려 도심의 끝자락 강변에 깔린 자전거 도로에서나 탈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도로만 따지고 보면 과거에 비해 라이딩 조건은 많이 좋아졌다. 몇 년 전 추진된 4대강 사업에 따라 전국의 강변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변으로 밀려난 자전거 타는 풍경이 낭만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전거 타기가 일상화된 사회라면 자전거는 마땅히 도로 위의 교통수단이어야 한다. 동네에 빵을 사러 갈 때, 시장에 장을 보러 갈 때, 친구를 만나 차 한잔할 때, 출퇴근을 위해 집과 일터를 오갈 때 등, 도심의 거리 어디에서든 쉽고 편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전거의 주된 쓰임새이다.

 

우리의 현실적 상황은 어떤가. 도심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처벌이나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는 정책에 따라 도심 속에는 비록 전시적일지라도 자전거도로도 설치되었다그러나 자동차가 완전히 점령한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언제 문박치기(정차한 자동차가 갑자기 문을 열어 자전거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거나 차선을 밀고 들어오는 자동차와 언제 충돌할지 몰라 목숨을 담보한 곡예를 벌여야 하는 일이다. 명목상 도로는 자전거에 개방되어 있지만실상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기가 녹녹치 않다면 강변에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에서의 라이딩은 일상적 용도라기 보다 성인병 예방과 동호회 모임 등 몇 가지 목적에 국한된다. 요즘 같은 봄이면 흙을 밟으며 꽃구경을 할 수도 있고, 한적하게 흐르는 강물 위로 비친 노을 빛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전국의 강변에 일률적으로 깔린 자전거 도로가 강변 공간의 자율성을 전유하면서 자전거 타기 이외의 다양한 쓸모는 주변화 된 듯 하다.

4대강 사업 이후 전국으로 확대된 강변의 자전거도로의 개발은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강변으로 밀어내 버렸다. 도심 속 도로는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들로 동질화 되고,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은 이질적인 사람들은 교통질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잘 닦여진 강변의 자전거도로를 찾아가야 한다. 동질화된 도시 공간의 모습을 창출하는데 있어 도심 속 자전거 라이딩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전거 본연의 목적인 일상의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도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을까. 
도심의 도로를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평하게 나누어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부다페스트의 Critical Mass <사진출처> https://central.blogactiv.eu/2008/04/21/critical-mass-on-earth-day-in-budapest/     ©[SPORTIAN] 한승백 전문기자

 

그에 대한 해답으로 여기 도로에 대한 자전거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전거 족들의 집합행동 Critical Mass가 있다. 이들은 도로 위 자동차의 독주를 막고, 대안적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 타기를 제안한다. 한 달에 한번 같이 모여 도로의 차선을 점령하고 1~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시민들에게 도심 속 도로에서의 자전거의 권리를 알린다. 

우리가 교통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곧 교통이다(We are not blocking traffic, we are traffic)”

Critical Mass는 자전거를 선택한 것에 대한 기념이며, 자동차가 도심의 도로를 점령한 이 시대에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정치적 공간을 창출할 것을 제언한다.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 300여 개의 도시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벨기에의 브뤼셀에선 80만 명의 사람들이 모인 적도 있다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가자. 최근의 미세먼지를 견제하기 위해 이 도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동차가 점령한 한국의 도로 위에 자전거 타기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전거에게 도로에 대한 권리는 부여하자” "도로를 자전거와 자동차가 나눠쓰자" 
Critical Mass가 비단 외국의 사례 정도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제가 우리의 도심에서도 일상의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상상을 해 본다. 


한승백 칼럼리스트 I sbhan1002@gmail.com



기사입력: 2018/04/18 [18: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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